1. 홍광호 노래 정말 잘한다. 목소리 정말 멋짐. 연기는 다른 두 캐스팅(황정민, 서범석)이 더 나을 수도 있었을 거 같지만. 홍광호도 충분히 좋았다. youtube에서 홍광호가 부른 '돌시네아' 듣고, 너무 멋지게 부르기만 해서 돈 키호테 역과 잘 안 어울릴 거 같아 걱정했는데(게다가 서범석의 '임파서블 드림'을 듣고 비교돼서 더 그랬음), 완전히 기우였음. 동영상과 다르게, 완전히 '돈 키호테' 스타일로 부르더라. 훌륭했음. 그리고... 돈키호테보다. 세르반테스 역에는 참 잘 어울렸다. 세상물정 모르는 꽉 막힌 이미지가 꽤 괜찮았달까. (실제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를 쓸 당시 나이가 많았기 때문에, 홍광호의 '풋내기' 이미지랑은 좀 달랐겠지만, '풋내기'도 괜찮았다)
2. 알돈자 역할도 참 잘 맞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음. 실감나는 연기.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가던 캐릭터. 그녀를 둘러싼 모습에서, 중세 시대의 하층민들의 터프하고 야만적인 생활상을 엿봤다. 그래서 알돈자의 비극적인 모습에 더욱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 그녀가 돈 키호테에게 마음을 열게 되는 모습도 아주 흥미로웠다.
2-1. 사람은 어디까지라도 잔인해질 수 있을 거 같다. 교육을 통해 *사회 규범*라는 무형적인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것도 서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인간의 발명품인 거 같고, 그 중에서도 *상냥한 성품*이라는 건 (비교적) 현대 사회에서 취할 수 있는 하나의 전술-사회를 이용해 적대적인 관계로부터 날 보호하거나, 심리적인 효과를 이용해 우호적인 관계에서 상대우위를 가지기 위한-에 가까운 거 같다.
3. 알론조 키아나는 병상에 누워 있을 때 오히려 '정상'인 '알론조 키아나'였고, 알돈자가 찾아와 정신을 차린 게 오히려 '미친' '돈 키호테'. 미친 세상에선 정상인 사람이 미친 거라는 대사와 맞물려. 어느 쪽이 정상이고 어느 쪽이 미친 걸까-라는 의문을 던져 주는, 아주 훌륭한 장치였다고 생각.
(공연 끝나고 수형이가 말해줘서 알았다)
4. meta 연극ㅋㅋ 뮤지컬 안에서 뮤지컬을 연기한다. 그래서 재미있는 결과가 생기는데- 관객인 우리가 있는 *진짜 현실*을 A라고 하고, 세르반테스가 감옥에 갇힌 상태인, *뮤지컬 속의 현실*을 B, 그리고 돈 키호테의 세계를 C라고 하자. A의 사람들은 B를 play하고, B의 사람들은 C를 play한다. C에서 펼쳐지는 연극 '돈 키호테'를 통해 B의 세르반테스를 평가하는 배심원들처럼, B에서 펼쳐지는 연극 '맨 오브 라만차'를 통해 A의 문학/연극작품 '돈 키호테', 또는 극단, 또는 세상-을 평가하는 우리 또한 배심원일지도. 우리는 어떠한 판결을 내릴 것인가?
(이건 공연 끝나고 성진이형이ㅎ)